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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 107(2018)년 1월 13일 《통일의 메아리》
조상의 땅을 지켜 ( 10 )

장편사화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리성환 작 《조상의 땅을 지켜》,오늘은 열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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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는 믿음이 한껏 어린 눈길로 이윽토록 은천을 바라보았다.

《참, 자네도 이제는 장가를 들어야지. 어디 봐둔 처녀가 없나?》

서희는 은천의 나이가 어느덧 스물을 넘기고도 네살을 더 먹었다는데 생각이 미쳐 넌지시 화제를 돌렸다.

《부모님들이 외지에 내려가계시는데 그런 생각을 할 경황이 되오이까?》

은천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부모님들은 인차 올라오시도록 조처해보겠네. 부모님의향은 어떨는지 몰라라 내 보기엔 저… 송죽이가 적합해보이던데…》

《예? 우리 송죽이를요? …》

은천은 두눈을 크게 떴다.

《왜 그러나? …》

《그 앤 내 동생이오이다.》

《하지만 친동생은 아니지.》

《친동생은 아니지만 난 송죽이를… 친동생 이상으로 여기옵니다.》

이렇게 대답하던 은천은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리며 얼굴을 붉혔다.

《그것 보게. 자넨 이자 송죽이를 친동생 이상으로 여긴다고 했네.》

《아니, 그건… 그런 뜻이 아니오라… 원, 형님도 참…》

은천은 그만 얼굴이 확 달아올라 머리를 젓고말았다.

《하하하… 내가 면바로 찌른셈인가?!》

서희는 통쾌하게 웃어제끼고나서 정색해서 말을 이었다.

《송죽인 용모도 마음씨도 샘물같이 정갈한게 난 좋네. 게다가 늘 생글생글 웃는 그 얼굴을 좀 보라구. 말수더구가 적은 자네에겐 그런 명랑한 녀자가 맞네.》

서희는 얼굴이 수수떡처럼 붉어져 허둥거리는 은천의 등을 툭 쳐주었다.

서희와 헤여져 집으로 돌아오는 은천의 머리속엔 줄곧 송죽에 대한 생각이 맴돌고있었다.

자기가 부지불식간에 내뱉은 그 말, 자기는 송죽이를 친동생 이상으로 여긴다고, 친동생 이상으로!…

내가 언제부터 송죽이를 친동생 이상으로 여기게 되였던가.

은천은 부지중 송죽이가 처음 집에 들어서던 날을 상기했다. 은천이 열세살 잡히던 해였다.

《이제부터 송죽인 우리 집 식구다. 자, 오빠에게 인사해라!》

어머니 을녀가 이렇게 말하며 아홉살난 송죽이를 자기에게 떠밀자 뽀르르 앞에 달려와 잠간 바재이다가 오빠! 하고 청고운 소리로 부르고는 생긋 웃으며 살며시 제 옷섶에 매달리던 송죽이였다.

그날부터 은천의 집엔 이전보다 더 생기가 넘치였다.

워낙 자식이 귀한 집이여서 은천의 부모들은 송죽이를 끔찍이도 귀해하였다. 전장에 나가계시는 아버지 강궁진은 가끔 인편에 송죽이가 잘있는가 물어오군 하였는데 그때마다 은천의 어머니는 《네 아버지는 우리만 있을 때에는 일년 가도 소식 한번 알아보시지 않더니 송죽이가 온 다음부턴 쩍하면 편지를 보내는구나.》 하며 웃군 하였고 그런 날 저녁이면 어김없이 색다른 음식상을 차려 송죽이를 더 위해주었다.

송죽이는 부모를 잃은 슬픔을 이내 가시고 친부모의 정을 주는 은천의 부모들을 따랐고 특히 오빠인 은천을 몹시도 따랐다.

낮에는 은천이 글방에서 련무장으로 오가는 길목을 지키고 앉아있다가 별이 총총한 밤길을 서로 손목을 꼬옥 잡고 나란히 돌아오고 밤에는 등잔불아래 글공부에 여념이 없는 은천의 곁에 그림자처럼 붙어앉아 종알종알 따라외우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리기도 하고…

옆집 병술이가 제 동생 계집애를 업어주는것을 보고는 자기도 업어 달라고 졸라 은천의 등에 업히기도 하고…

어느날엔가는 조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송죽이 낮에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배를 쪼그리며 오빠, 나 여기 아파 하는통에 은천은 언젠가 체기를 받았을 때 어머니가 해주던대로 송죽이의 배꼽 웃쪽을 꼭꼭 누르다가 내 손은 약손이다 하고 노래가락까지 붙여가며 살랑살랑 비벼주었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이 일을 자랑삼아 일러바치는 송죽의 말을 들은 은천의 어머니는 말없이 송죽이를 업고 의원집에 갔다와서 은천을 아래방으로 불러들여 붓을 들리고 남녀칠세부동석이라고 쓰게 하였다.

《이 글의 뜻을 너는 알테지?》

《남녀 일곱살이면 한자리에 같이 있기를 삼가해야 한다는 뜻이오이다.》

《그래, 남자와 녀자는 어릴 때부터 구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니라. 너도 이제는 열살이 넘었으니 남녀의 구별쯤은 가릴줄 알아야 하지 않겠니? 물론 제 동생이 아파하니 경황없이 그랬으리라 본다만… 너도 그렇지만 그 애도 이젠 어린애가 아니다.》

《말씀의 뜻을 알겠소이다, 어머니.》

은천은 얼굴을 붉히며 뒤더수기를 긁었다.

그 이후부터 은천은 송죽이의 응석을 덮어놓고 받아주지 않았다. 손목을 잡고 걷거나 더우기 업어주는 일따위는 다시는 들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남녀의 구별은 송죽이 먼저 알아 가리였다. 한두살 더 먹고나서부터는 같이는 다녀도 매달리지도 않았고 수집음도 곧잘 탔다.

처녀애들은 참 별난데가 있어.…

은천은 날이 가면서 송죽의 몸에서 이상야릇한 향기까지 풍기는것이 여간 신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은천에게 송죽은 그저 정겨운 동생일뿐이였다.

그런데 지난 대보름날 저녁 마당에 나와 달구경을 하다말고 송죽이 한 말이 그만에 은천의 마음을 휘저어놓을줄이야.…

그날 은천은 치면 떵그렁 소리가 날듯싶은 놋양푼같은 둥근달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송죽이, 대보름날 달을 바라보면서 자기 소원을 말하면 틀림없이 그대로 된다고 했어.》 하고나서 《난 아버지, 어머니가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소원해. 넌?》 하고 물었었다. 그러자 송죽은 《나도 그걸 소원했어요. 그리고 또…》 하고는 더 말이 없다. 은천이 《그리고 또 뭐니?》 하고 궁금해서 묻자 송죽은 잠시 주저하다가 《난… 난 이다음에도 지금처럼 내내 오빠하고 살고싶어요.》 하고 대답하였다.

《흥, 그럼 너 시집은 안 가고?》 은천이 이렇게 핀잔을 주자 송죽은 은천의 등뒤로 얼굴을 가리우며 잦아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금천마을에 살 때 병술오빠랑 하던 말이 생각나요. 나보고 오빠한테 시집왔다고 하던…》

《그건 그 애들이 널 놀려주느라고 한 말이구…》 하던 은천이 그만에 흠칠했다.

《넌 그 말을 정말로 믿니?》

은천이 당황해하며 묻자 송죽은 《정말 그렇게 되면 나쁜가 뭐.…》 하고는 집안으로 종종걸음을 놓아버렸다.

아니, 그럼?!…

은천은 갑자기 한방망이 맞은듯 뗑해있다가 정신을 수습했다.

송죽은 자기와 영원히 살기를 바라는것이였다.

은천은 후드득 뛰는 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하지만 웬일인지 송죽의 그 말이 싫지 않은것이 또한 이상했다.

그런 일이 있은 다음부터 둘사이는 서로의 행동거지가 여간 부자연스럽지 않았다.

이런 둘사이의 속내를 서희는 어느새 알아차리고 은근슬쩍 부채질을 한것이였다.

그래, 난 송죽이를 친동생 이상으로 생각하고있어. 난 송죽이를 사랑하고있은지 오래. 아버지, 어머니가 송죽이를 집에 데려온 그날부터였는지도 몰라.

은천은 자기의 가슴속에 송죽이가 이미 소중하게 자리잡혀있다는것을 절감하지 않을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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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사화소설《조상의 땅을 지켜》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열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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