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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 107(2018)년 1월 7일 《통일의 메아리》
조상의 땅을 지켜 ( 7 )

장편사화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리성환 작 《조상의 땅을 지켜》, 오늘은 일곱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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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곡절은 있었어도

(1)

 

5년이 지난 해의 여름 어느날이였다.

초당 아래쪽 돌길을 따라 또각또각 들려오는 말발굽소리에 갸웃이 목을 내밀고 내려다보던 송죽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니, 너 도련이 아니냐?!》

《아씨, 그간 무탈하셨소이까?》

맨머리바람의 총각이(그는 이 집 말구종녀석이다.) 송죽을 향해 벌씬 웃어보이고는 말에서 내려 땀투성이얼굴을 숙여보이며 급히 인사를 올린다.

《아버님, 어머님은 무고하시냐? 앓지는 않으시고?…》

《그럭저럭… 외지살이가 제 집만이야 하겠소이까만… 지몽어르신이 다행히 큰 탈이 없으시니 한결 시름이 덜하오이다. 주인마님은 도련님이랑 송죽아씨랑 잘있는지 걱정된다 하시였소이다.》

《우리야 무슨 걱정이 있겠니. 지몽어르신을 돌보시느라 부모님들이 고생하시지.》

《참, 도련님은 잘있소이까?》

《응. 뒤산에 올라가계신다. 이젠 내려오실 때가 되였다.》

송죽은 도련이를 다시금 훑어보고는 호- 하고 한숨을 내쉬였다.

《네 모양이 말이 아니구나. 너를 보니 그곳 사는 형편이 짐작이 간다.》

《너무 걱정마시와요. 그사이 내가 좀 게을러져서 그런걸요.》

도련은 때묻은 팔소매를 슬쩍 가리우며 얼굴을 외로 꼬았다.

도련이란 이름은 도성거리 막사람들이 붙여준 그의 별명인데 그만에야 이름으로 되고말았다. 이 초당집 주인들이 말구종과 부엌어멈을 제 집식구들과 꼭같이 먹여주고 입혀주는터에 거리에 나서면 말구종과 주인아드님을 가려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부러움 절반, 롱 절반으로 《도련님》이라고 불러준것이 아예 이름으로 되고만것이다. 그러던 말구종(도련)의 옷주제, 몸거둠새가 거지행색에 가까운 꼴을 하고있으니 송죽의 얼굴이 흐려진것이다.

양부모님이 외지살이를 하게 된 일을 생각하면 금시 가슴이 미여지군 하는 송죽이다.

양아버지 강궁진과 양어머니 을녀는 조정의 원로인 최지몽의 류배살이를 뒤바라지하러 가있는것이였다.

원로 최지몽이 류배를 가게 된것은 임금(광종)의 노여움을 산때문이였다.

세해전 일이였다.

양아버지인 군기감 강궁진은 병쟁기제조에 쓸 쇠붙이를 거두어들이는 일이 차츰 처지면서 계획한대로 진척이 잘 안되는데 화가 나서 자기의 권한으로 쇠부리터들을 전면 단속하는 조치를 취했었다.

할당된 쇠붙이량을 제 기한에 보장하도록 지방관리들을 엄하게 신칙하게 하는 한편 장거리들을 단속하여 무쇠붙이와 구리쇠붙이를 암거래하는 잠상들을 가차없이 벌을 주고 쇠붙이는 회수하게 했었다. 그통에 귀법사에 새로 앉혀놓을 불상과 매달아놓을 종을 제조하는데 쓴다며 가져가던 구리쇠까지 회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실은 귀법사중축을 턱대고 딴짓을 하려고 빼돌리는것을 회수한것이였으나(귀법사는 광종이 자기 어머니의 명복을 비는 사당으로 정하고 크게 확장하도록 한 절이였다.) 깜찍한 장사군들이 수염을 뻑 씻고 저들에게 리롭게 송사질을 한탓에 진속은 가리워지고 어지를 시행하는데 방해를 놓았다는 죄목만 붙고말았다. 단속하였던 관속들이 줄줄이 오라를 진것은 말할것도 없고 단속을 총괄한 강궁진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결론이 지어졌다.

다행히도 내의성 시랑으로 갓 옮겨앉은 서희가 임금에게 간언하여 과실죄로 인정되고 적당히 문책으로 일은 끝이 났었다. 내의성 시랑이란 직무가 임금의 정사중에 그릇된 일처리를 바로잡도록 건의하는 일을 기본임무로 하고있는 벼슬자리인지라 서희의 제의를 임금이 심중히 들어준것이였다.

그런데 정작 귀법사 중축공사가 완료되여 축하연이 벌어진 자리에서 임금과 자리를 같이하게 된 최지몽이 술기운을 빌어 한마디 롱담을 한것이 화근이 될줄이야.

귀법사에 새로 매달아놓은 종소리가 대단히 좋다 하며 임금이 종을 다시 쳐보라 하여 주지가 손수 나서서 덩실덩실 종봉대를 흔들어대고 뒤이어 은은한 종소리가 절간지붕마루에 드르덩덩 울려퍼지는 순간이였다.

《장야감, 너 듣느냐? 저 종소린 군기감나으리께서 너를 보고 일을 더 잘하라고 신칙하는 소리이니라.》

장야감이란 이후에 장야서(각종 금속주조와 금, 은, 동세공품제작을 맡은 부서)로 불리우게 되는 궁정부서의 책임자로 품계는 그닥 높지 않아 임금과 술자리를 함께 할 정도는 못되였으나 임금이 특별히 령을 내려서 황송하게도 한자리에 앉게 되였었다.

최지몽이 군기감인 강궁진의 신칙이 어쩌구 한것은 장야감이 구리쇠붙이를 가지고 롱간질을 하는 장사나부랭이들을 단속하는 일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의미와 함께 강궁진이 무기제조의 중임을 착실히 하고있다는 점을 임금이 알고있으라는 의미도 담고있는 말뜻이였다.

그런데 지몽의 그 말이 임금에게는 죄없는 강궁진을 벌하였던 일을 꼬집는 뜻으로 해석되였다.

《지몽공께선 짐이 죄없는 사람을 마구 벌한다 생각되시오?》

《아니, 무슨 말씀을 하시오이까, 페하!》

《그게 아니면 뭐란 말이요? 군기감의 죄를 묻지 않았으면 그만이지 짐이 기특히 여겨 한자리에 앉게 한 장야감을 야료하는 그 속내야 뻔하지 않소. 이 사람을 시까스르지 못해 안달이 난게 아니고 뭔가 말이요?》

임금은 목덜미까지 붉어지며 눈을 치떴다.

《페하,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오라…》

지몽은 황급히 일어섰다.

《그만두시오. 공은 이 사람을 아직도 젖먹이로 아는 모양인데… 지나친 걱정이요, 어험!》

임금은 불쑥 일어서더니 종종걸음으로 절뜨락을 내려섰다.

《페하!…》

지몽은 그 자리에 풀써덕 주저앉고말았다.

아이코! 이런 망녕이라구야. 내 무슨 실언을 하였단 말이냐.…

그러지 않아도 요즈음 임금이 간신들의 송사질을 그대로 믿고 죄없는 사람들을 마구 목을 딴다고 궁성안팎에서 원성이 높다는 말을 전해듣고 신경이 날카로와져있는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입건사를 요 모양으로 하다니…

(이 오새없는 로구야.…)

최지몽은 이마를 두드렸다.

(이제는 때가 되였구나. 그만 물러가는 수다.)

지몽은 그 즉시 사표를 내고 귀양을 자청해 떠나갔다.

원로대신들은 지몽을 막지 못하였다.

강궁진도 허둥지둥 지몽의 뒤를 따랐다. 지몽이 자기를 두둔해주다가 벌어진 일이므로 함께 벌을 받음이 마땅하다고 생각한것이다. 고향 금천에 기별하여 마누라까지 불러올려 함께 떠나갔다. 지몽의 뒤바라지를 하려는것이였다.

강궁진이 사표를 내고 지몽을 따라가겠다 하는데 대해 임금은 만류의 말 한마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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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사화소설《조상의 땅을 지켜》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일곱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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