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8(2019)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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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10월 16일 《통일의 메아리》
시를 사랑하는 짝맞는 《원앙새》(1)

소년 최치원은 숙성하였다. 나이는 방금 열살을 넘겼지만 딸가진 부모가 보면 누구나 탐낼만큼 총각꼴이 잡혔다. 몸집만 그런것이 아니라 마음도 인생의 봄시절에 대해 예민하였다.

그가 줄곧 시골집에서 글만 읽다가 한번은 도읍지의 성안에 들어간 일이 있었다.

때는 봄이라 산과 들에 아지랑이가 아물거리고 길가와 벌에도 꽃들이 만발하였다. 최치원은 봄흥취에 겨워 명시들을 흥얼거리면서 어느집 담모퉁이를 돌아가는데 높지 않은 담너머로 떨기떨기 꽃송이들이 눈길을 끌었다. 최치원이 저도 모르게 울긋불긋 피여있는 그 집 후원의 꽃들에 끌려 가까이 보이는 일각쪽문(대문짝의 한편에 만든 작은 문)을 밀었더니 어떻게 된 셈인지 스스로 문이 열려 그 안으로 들어갔다. 후원의 꽃들에 넋이 팔려 구경을 하고있는데 안채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그는 아차하고 생각하면서 꽃포기사이에 웅크리고 앉아 몸을 가리웠다.

이 집은 라씨성을 가진 승상의 집이였는데 그에게는 어여쁜 딸이 있었다. 그 딸이 꽃을 사랑하여 지금도 후원으로 나온것이였다. 최치원이 꽃잎사이로 바라보니 꽃같은 처녀였다.

최치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였다. 에라 될대로 되라하고 숨어있는데 처녀는 그런줄도 모르고 화원의 봄기운에 취해 이리저리 거닐면서 랑랑한 낮은 음성으로 시 한수를 읊었다.

 

꽃들은 피여 웃고

나비들은 춤을 추네

 

참으로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최치원은 자기가 어디에 웅크리고있는지도 생각하지 않고 그만 처녀가 읊은 시구의 뒤를 이었다.

 

꽃과 나비 한쌍인데

나 어찌 홀로인가

 

처녀는 깜짝 놀라서 소리가 나는 꽃포기 사이를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