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최영훈 작 《나의 교수안》, 오늘은 다섯번째시간입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걸어갈 일을 걱정하던 녀학생들이 언제 그랬던가싶게 시치미를 떼다나니 나는 꿀먹은 벙어리가 될수밖에 없었다.
《좋습니다. 항일무장투쟁시기 녀대원들은 밥도 짓고 행군도 하고 또 남자들 못지 않게 싸움도 잘하였습니다. 우리 마음을 든든히 먹고 행군길을 떠나봅시다.》
그리고난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학습장크기의 천들을 나누어주었다.
천들마다에는 힘있는 구호들이 씌여져있었다. 아마 선생님의 필체인듯싶었는데 글씨가 시원시원하고 힘있는것이 대뜸 마음에 들었다.
《자, 행군대렬을 짓겠습니다. 앞에는 녀동무들이 서고 뒤에는 남동무들이 서겠습니다. 자- 나란히! 출발-》
드디여 대오는 기세도 드높이 구봉산을 향하여 첫걸음을 떼였다.
누군가의 선창에 따라 모두가 부르는 노래소리가 힘차게 울려퍼졌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씩씩하게 노래를 부르며 힘차게 걸어가는 우리들에게 저마다 손을 저어주었다.
《저애들이 글쎄 그 먼데까지 걸어간다지 않아요.》
《이젠 다 컸수다. 얼마나 대견한가 보오.》
사람들의 말소리가 귀전에 들려오자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흐르고 산길에 들어서자 행군속도가 떠지는것이 눈에 띄게 알렸다.
어떤 녀동무는 아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일어나지도 못하였다.
선생님은 힘이 센 남학생들로 힘들어하는 녀동무들을 부축하게 하였다.
그런데 재혁이만은 녀동무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배부른 배낭을 짊어진채 저 혼자 씽씽 잘만 걸어갔다.
흥, 오늘따라 불룩한 배낭을 메고 꼴보기 싫게 노는데.
참다 못해 나는 그에게로 다가가 소리쳤다.
《네 눈엔 힘들어하는 녀동무들이 안보이니?》
《보여두 아주 잘 보인다. 그런데 어쨌단말이야?》
《뭐야?》
나는 저도 모르게 머리우로 주먹이 올라갔다.
재혁이도 해볼테면 해보자는듯 뱁새눈을 가로 뜨고 만만치 않게 나를 노려보았다.
《에익- 내가 참는다.》
나는 홱 돌아서고말았다.
선생님에게로 달려간 나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속을 털어놓았다.
《선생님, 난 저런 애와는 한대오에서 행군하지 못하겠습니다.》
나와 재혁이의 행동을 지켜보고있었는지 선생님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학급장동문 학급의 핵심이고 초급일군인데 그렇게 편견에 사로잡혀서야 안되지. 다른 동무를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이켜볼줄도 알아야 해.》
나는 선생님이 어째서 재혁이를 두둔하는지 리해할수 없었다.
가정사정이 어렵다는 그것이 재혁이를 동정하게 했는지 아니면 선생님과 그애가 어떤 남다른 관계가 아닌지.
어느덧 눈앞에 구봉산이 바라보였다.
《동무들-》
어느새 우리를 알아본 교장선생님이 두팔을 벌리고 마주 달려오고있었다.
《만세!》
방금전까지만 해도 쓰러질듯 비칠거리던 애들같지 않게 와- 환성을 올리며 앞으로 내달렸다.
지금까지 단편소설 《나의 교수안》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다섯번째시간이였습니다.